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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vil Abyss Of The Vo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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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30년의 허상과 진실 Diary Of A Madman

※영구분단론자라 북한을 일부러 조선(북조선)으로 표기했습니다.

조선과 관련된 문제는 상황이 굉장히 빨리 바뀌는 편이라, 최신 정보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도 북핵 관련 문제에서 최근 10년간 일어난 일에 주목한 편이었고요.

그러나 이 책은 조선이 이제까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게 해줬고, 1차 북핵 위기와 현재 상태의 유사성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해줬습니다. 1차 북핵 위기 때는 제가 어려서 상황을 잘 모르기도 했고요. 저는 제가 나름대로 대북 강경파라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저는 조선을 얕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조선의 논리에 여전히 어느 정도 포섭된 상태였습니다. 이걸 깨달은 것도 다행이네요.

한국이 처한 여건은 대단히 나쁘며, 정부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부가 그렇게 할 수 있는 건 국민들 덕분(?)입니다. 여전히 한국인은 조선을 얕보고 있습니다. 한국의 철저한 안보불감증은 바로 여기서 나옵니다.


1차 북핵위기
현재의 북핵문제와 1차 북핵위기는 굉장히 유사합니다. 다만, 한국의 위상과 영향력이 급감했다는 게 다릅니다. 특히 영향력은 0에 수렴합니다.

1차 위기 당시엔 현재와 다르게 한반도 문제에 관한 한 미국의 영향력은 매우 작았습니다. 노태우 정부 역시, 조선이 한국을 통해서만 타국과 교류할 수 있도록 포위정책을 펼치려고 했습니다. 그러면 조선은 남북대화에 나설 수밖에 없었고요. 미국이 조선과 직접 협상하는 건 미국도 상상조차 못했고, 한국 역시 극도의 반감을 보였습니다.

또한 국제정세는 조선 입장에선 최악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구 공산권은 무너졌고, 조선에선 고난의 행군이 다가왔으며, 중러는 한국과 수교했습니다.

이 모든 건 1차 북핵위기 이후 급변했습니다. 2019년 현재, 한국의 대북영향력은 없다시피합니다. 조선은 한국을 아랫것들 정도로 간주합니다. 조선의 핵능력은 고도화됐는데 한국은 천하태평입니다.

노태우 정부는 남북대화를 진행하면서 북핵문제를 남북대화 안에서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다만, 미북 직접대화는 매우 경계했습니다. 그리고 91년에 비핵화공동선언을 이끌어내고, 92년 팀 스피리트 훈련을 중지했습니다. 그 이후 IAEA의 사찰이 시작됐습니다.

조선은 IAEA를 잘 속였고, 사찰은 하마터면 그대로 끝날 뻔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끝까지 참다가, 92년 9월에 첩보위성 사진을 공개합니다. 이 사진엔 은폐된 폐기물저장소가 실려있었습니다. 데자뷰가 느껴지시죠? 올해 2월의 상황입니다.(단, 92년 9월엔 IAEA도 조선의 속임수를 알아냅니다. 조선의 신고내용과 샘플이 달랐거든요)

그러자 조선은 태도가 돌변해 93년에 NPT를 탈퇴합니다. 김영삼 정부가 출범한 직후였습니다. YS는 장기수 북송으로 일단 유화책을 써봤지만, 씨알머리도 먹히지 않았습니다. 그때부터 북핵문제는 한국의 손을 떠납니다.


서울 불바다
조선은 남북협상, 대IAEA협상을 모두 파탄내고 94년에 서울 불바다 발언을 하면서 위기를 극한으로 몰고 갑니다. 결국 주한미군에는 패트리어트가 배치되고, 팀 스피리트 훈련이 재개됩니다. 조선은 UN 제재가 이뤄질 경우 전쟁을 불사하겠다고 말하며, 핵연료봉을 인출하면서 더더욱 위기를 고조시킵니다. 또한 미국은 차근차근 한국에 전력을 증강합니다. 대북 선제공격을 준비하진 않았지만, 일단 미군은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행동하고 있었습니다. 이때 한국인들은 라면과 물을 사재기하는 등 실제로 전쟁 위협을 느꼈지만, 그 이후 한국인들은 다시는 긴장하지 않게 됩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갑자기 트롤러가 하나 나타납니다.


카터 더 트롤러
당시 카터는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트롤짓을 하고 있었습니다. 해결을 위한 해결을 하며, 그 이후 카터가 매스컴을 타면, 문제는 더 악화됐습니다. 그래서 당시에도 워런 크리스토퍼 국무장관, YS 모두 카터의 방북에 반대했습니다. 그러나 앨 고어 부통령은 찬성 입장이었고, 클린턴 대통령은 개인자격의 방북으로 국한한다는 조건을 달아 수락했습니다.

그리고 카터는 결정적인 트롤짓을 합니다. 카터의 방북은 미국 내 친북학자(이게 박한식입니다. 이 사람이죠http://sukhoi.egloos.com/6342217)들을 통한 김일성의 초청에 따라 이루어졌는데, 그는 "조선은 핵폐기 의사가 확실하며, 미국이 제재를 추진한 건 잘못이다"라는 인터뷰를 생방송으로 진행했습니다. 이는 미국 정부에겐 그대로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카터의 트롤짓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YS는 조선의 제의가 지연전술일 뿐이란 걸 꿰뚫고 있었지만, 카터는 "조선이 남북정상회담에 응하겠다"라는 메시지를 들고 왔습니다. YS는 여기에 넘어갑니다. 결국 모든 상황은 조선의 의도대로 돌아갑니다.


제네바 협상
그리고 그 이후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며 축제 분위기가 이어지다, 김일성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정세는 혼란에 빠집니다. 그러나 한번 유화적으로 흘러간 협상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제네바 합의가 탄생합니다. 이 합의는 이름부터 괴상한데, "합의문"이란 명칭조차 못 쓰고 "합의된 이행구도"라는 족보에도 없는 말을 지어내서 쓰게 됩니다. 미 의회가 이 합의에 대해 비판적이었거든요.

그러나 뭐가 어찌됐든, 미국은 북핵문제를 핵동결로 어정쩡하게 넘어가면서 조선에게 8년이 넘는 시간과 경수로, 중유를 뭉텅이로 주게 됩니다. 북핵문제를 서둘러 마무리하고 싶었던 미국, 남북대화를 하고 싶었던 한국은 이로서 1차전을 완패하게 됩니다. 이 역시 데자뷰가 느껴지시죠?


1차 북핵위기, 그리고 조선의 진정한 목표
1차 북핵위기를 돌아보면, 이건 형편없이 약해졌던 조선의 영향력을 한방에 뒤집고 체제경쟁을 재개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안팎으로 최악의 상황에 처했던 조선은 다시 국제사회의 주요 행위자로 등극합니다. 한국은 조선에 대한 영향력을 상실했고, 조선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안전보장', 체제보장' 같은 용어를 쓰는 것부터 일단 조선의 술책에 말려드는 것이라고 봅니다. 물론 그 전에도 '조선이 원하는 안전보장은, 국제사회를 조선 기준에 맞게 고치라는 뜻'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안전보장이라는 용어는, 그 자체로 조선의 핵을 방어용인 것처럼 위장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조선의 진짜 목적은 핵무장 그 자체, 그리고 팽창정책입니다. 조선은 명실상부한 강대국의 지위와 위상을 원한다(빅터 차)는 분석은 이미 많이 나와있습니다. 결국 그게 팽창정책이죠.

이미 50년대부터 조선은 핵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본격적인 북핵위기는 어느 새 30년이나 진행됐습니다. 조선의 대남 영향력은 확대 일로입니다. 한국은 참으로 병신같게도 돈만 좀 있으면 체제경쟁이 끝난 줄 알고 마음을 놓아버렸습니다. 위기에 너무 익숙해져서 철저한 안보불감증에 걸렸습니다. 조선의 논리에 포섭된 건 덤이고요.


조선의 논리
이른바 진보진영이란 쪽에서, 특히 민주당 쪽에서 요즘 자주 나오는 얘기가 "한반도 전쟁위험 해소, 평화체제로의 전환"입니다. "문재인이 경제는 영 아닌데 외교는 잘해"라는 평가에도 저게 따라붙습니다.

그런데 저거 조선의 논리에 그대로 넘어간 겁니다.

2017년에 전쟁위험이 그렇게 높았나요? 94년에 비하면 오히려 더 낮았습니다. 94년엔 제재때리면 전쟁이라고 했지만, 이제 제재는 일상입니다. 미국 전력이 그렇게 증강된 게 이전엔 없었나요? 연평도를 포격했을 때에도 국지전조차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누가 전쟁위협을 느끼는 건가요?

이는 북한학계의 시각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북한학계는 미군의 움직임에 극단적으로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일반적인 한국인들은 절대 그렇게 반응하지 않아요. 미국의 움직임에 안보 위협을 느끼는 건 조선입니다. 허구한 날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입에 달고 사는데, 미국은 적극적인 대북정책을 거의 추진하지 않았습니다. 조선이 진짜로 위협을 느끼는 건 미국의 존재 자체예요.


전쟁과 평화
진보 쪽에서 자주 하는 얘기가 바로 이겁니다. "그래서 전쟁할거야?" 이거죠. 이것 역시 전형적인 조선식 논리입니다. 평화와 전면전 사이에 존재하는 수많은 선택지 -관여, 억지, 제재, 봉쇄, 국지전 등- 를 싸그리 무시하는 거죠. 여기엔 이렇게 답해야 합니다. "그래서 항복할거야?"

조선이 원하는 건 팽창, 곧 한국의 굴복입니다. 한국은 조선에 대해 좀더 신경이 굵어져야 합니다. 조선 입장에서 생각해서도 안 됩니다. 조선이 말하는 평화는, 곧 한국의 항복입니다. 조선의 내구력은 한국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또한 진보 쪽에서 많이 하는 얘기가 김정은은 다르다, 그는 젊다, 경제를 중시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김정은은 집권한 지 8년이 다 돼갑니다. 그리고 조선의 핵무장은 60년 넘게 진행됐습니다.

경제도 마찬가지예요. 경제적 이익이 안보를 대체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상대가 조선이라면 더더욱 가능성이 없습니다. 조선이 체제경쟁을 지속하던 70~80년대엔,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되는 하드코어한 도발을 저지르던 게 조선입니다. 조선과 평화협정을 맺어 경제적 반대급부를 주자? 핵무장한 적국이 경제발전을 한다면 평화 따윈 안드로메다로 가는 겁니다. 지금도 저모양인데 돈까지 많아지면 감당 안 됩니다.


한국이 할 수 있는 것
우선 현재 국제사회의 시각부터 보여드립니다. 소름이 쫙쫙 끼치실 거예요.
이게 한국의 현실입니다. 국제 병신이예요.

위쪽 사진에서 저자는 무시무시한 경고를 합니다. 조선은 이제 핵실험도, 미사일 실험을 할 일도 없고, 그러니 고강도 도발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다 제재가 슬그머니 풀리면? 한국은 핵벼락 맞는 거예요. 6차 핵실험은 폭발력이 140kt~220kt으로 추정됩니다. 수소폭탄 맞아요. 그리고 그걸 발사할 ICBM도 있고, 한국을 노리는 중거리, 단거리 미사일은 훨씬 많습니다. 게다가 핵탄두 수는 65개 정도로 추정됩니다.

또한 이 책은 작년 11월에 나왔는데, 미북협상에 대해서도 가장 가능성이 높은 건 어정쩡하게 오래 지속되는 형태라고 예측합니다. 지금 보면 결국 그 방향으로 가고 있고요.

그런데 전술핵 재배치든 자체 핵무장이든 한국이 선택하긴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자가 대안으로 제시하는 건, 미사일 방어능력의 향상과 재래식 전력 증강입니다. 요건 제 생각과도 일치합니다.

그리고 대북지원은 하면 안 됩니다. 이 책에도 나오지만, 수십만 달러 지원도 국제사회는 고민을 반복하는데 한국은 수백만~수천만 달러를 아무렇지도 않게 안겨주고 있어요. 인도적 지원? 말도 안 됩니다. 조선에 1달러를 지원해주면 조선은 그만큼 돈이 굳고 그 돈은 핵으로 들어갑니다. 핵으로 안 들어간다면?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한국이 준 분유를 먹고 자란 아이들이 한국에 미사일을 쏩니다.


전함, 그리고 핵무기
갑자기 전함(Battleship) 얘기를 꺼내는 건, 핵무기 이전에는 전함이 핵무기 같은 위상이었기 때문입니다. 전함을 보유한 나라는 전함이 없는 나라를 마음대로 두들겨 팰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핵무기는 어떨까요? MD의 발전에 따라, 핵무기는 쏘면 맞는 무적의 죽창 지위를 서서히 잃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MD를 뚫으려면 더더욱 어렵고 돈 드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거죠. 전함은 건조비가 GDP의 0.8%에 달하는, 정신나간 물건이었습니다. 핵무기는 아직까진 무적의 죽창이지만, 유지비가 폭증한다면 얘기는 좀 달라집니다. 한국이 F-15K나 F-35 전력을 증강하거나, SM-3나 사드를 증강한다면 조선은 입에 거품을 물고 발작할 겁니다. 이건 조선이 맞서서 전력을 증강하기 어려우니까요. 조선의 팽창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건, 바로 저런 전력들입니다.

거꾸로 조선이 군축을 하자면서 GP를 같은 수만큼 철거하자고 했고, 한국은 그에 동의했죠? 한국은 양적 열세기 때문에, 저런 미친짓에 동의하는 건 자폭입니다. 미그 19와 F35를 같은 수만큼 줄이자고 한다면? 현 정부는 응할 것 같은데요?


시간은 누구의 편인가
시간은 과연 조선의 편일까요, 국제사회의 편일까요? 저는 중립이라고 봅니다. 유일한 희망은, 한국의 혐북여론이 확산된다는 겁니다. 한국은 그래도 민주국가고, 영구분단론이 자리잡히면 되돌리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민주당이 반미반일에 열을 올리는 거겠지만요.

한국은 국제적인 제재가 계속 유지/강화되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내부적으로는 MD능력 향상, 재래식 전력 향상에 전력을 다해야 합니다. 사병 월급 향상은 개인적으로는 현 정부의 기만책이라고 봅니다만(그 돈으로 전력증강하는 게 낫습니다), 장병들의 사기와 자존감을 진작시킨다는 면에선 긍정적이긴 합니다. 

조선이 어느 정도 조용해진다고 해서 남북교류를 추진한다던가 하는 건 오히려 해로울 거라고 봅니다. 조선의 내구성을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됩니다. 경제적으로 발전하는 조선이 한국에게 무슨 짓을 저지를지 어떻게 아나요? 과연 조선 인민의 경제력 향상이 정권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할까요? 조선이 핵을 가진다면, 그 대가로 영원히 취약국가로 남기라도 해야 합니다. 그조차도 못하면 전세계는 조선을 본받아 핵무장하는 국가로 넘쳐나게 될 거고, 지구는 핵무장한 채 1914년으로 되돌아가게 될 겁니다.

어벤저스:엔드게임 - 인간의 이야기 (스포주의) 음악과 영상

※스포일링 주의

<인피니티 워>에서 워낙 감탄해서, 엔드게임도 정말 기대했습니다. 1400만분의 1 확률의 미래가 과연 어떨지.

그리고 기대한 만큼 멋진 작품이 나왔습니다. MCU 10년을 마무리하는 거대한 피날레네요.


인간의 이야기
인피니티 워는 철저하게 타노스의 이야기였습니다. 어벤저스는 타노스의 힘을 보여주는 장치, 일반인은 타노스에게 쓸려나가기만 하는 무력한 존재였죠.

그게 엔드게임에서는 정확히 반대로 뒤집힙니다. 히어로들은 오히려 덜 돋보이고, 인간적인 면이 부각됩니다. 전투 장면이 적어서 더 그렇게 보이고요. 타노스는 인류의 반격을 막으려고 전력을 다하다 끝내 실패합니다. 전작의 히어로처럼, 인간의 힘을 보여주는 장치로 바뀌었죠.

영화가 진행되면서, 의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삶은 잘못될 수도 있고 그대로 되돌릴 수도 없지만, 엉망진창이더라도 복구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어'라는 메시지가 꽤 강하게 느껴졌어요. 어벤저스는 인피니티 워의 시점으로 돌아가 과거를 완벽히 바꾸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현재를 바꿨죠.


마블의 휴먼드라마(?)
러닝타임이 3시간이나 되는데, 전투는 마지막 물량전 딱 하나입니다. 그 장면의 박력은 대단하지만, 그보다는 감동이 더 컸어요. 수퍼히어로 영화에서 액션을 이렇게까지 줄이고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게 놀랍네요. 그리고 나머지는 인간의 드라마로 꽉 채워졌습니다. 러닝타임이 길지만, 할 얘기가 하도 많아서 이야기의 밀도가 높고 전개가 빠릅니다.
초반에 타노스부터 죽이고 시작했을 때, 정말 감탄했습니다. 인피니티 워를 아예 리셋해버리는 느낌이었으니까요. 그리고 5년이 지났다는 자막이 나오고 나니, 도대체 전개를 어떻게 할지 정말 궁금해지더군요.
그 시점에서 앤트맨이 나오니까 무릎을 탁 치게 되더군요. 재밌는 건 초반에 앤트맨이 등장하고 나서부터는 영화의 스케일 자체가 갑자기 작아지더니, 이게 점점 확장돼서 마지막 물량전 시점에선 스케일이 그야말로 우주적으로 커집니다. 마블의 스토리텔링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네요. 앤트맨-토니-브루스가 과거로 가기 위해 노력하는 장면과 과거로 가는 장면에선 좀 걱정했었거든요.

그리고 어벤저스의 계획은 계속 꼬입니다. 애초에 스톤이 다 파괴된 것부터 시작해서, 과거로 가서도 자꾸 일이 꼬여서 계속 더 먼 과거로 가죠. 그리고 다 찾아서 현재로 돌아오고 나니... 전부 다 알아챈 타노스가 미래로 따라오게 됩니다. 이걸 관객들에게 미리 알려주면서 진행하니, 관객들은 전전긍긍하게 되죠.


타노스의 타락
초반에 허무하게 퇴장했던 타노스는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인류 최악의 적으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이 타노스는 인피니티 워의 타노스와는 좀 달라요. 전작의 타노스는 하는 짓은 악당인데 정신상태는 주인공이었고 오로지 대의명분을 위해 움직였지만, 엔드게임의 타노스는 내적 균형이 붕괴돼서 모든 생명체를 말살하고 새 우주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니까요. 분명 현재의 우주를 위해 미친 짓을 하던 타노스는, 어벤저스의 반격 앞에 완전히 타락해서 순수한 악당이 됩니다.

완전히 맛이 간 타노스는, 엉망이긴 해도 현재를 복구한 인류 앞에 결국 패배합니다. 타노스의 대군 앞에서 절망하던 캡틴 뒤에서 등장하던 인류 연합군(?)은 장엄하기까지 하더군요. 낭패한 타노스의 표정을 보는 게 어찌나 기쁘던지!


완벽한 세대교체, 아이언맨과 캡틴의 퇴장
모든 일이 마무리되고, 토니는 스톤의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죽습니다. 스티브는 과거로 돌아가 -그리고 버키에게서 벗어나- 자신이 꿈꿨던 삶을 삽니다. 이들은 나름대로 자신이 원하는 걸 이뤘고, 두려워하던(타노스/버키의 상실) 걸 극복했습니다. 시빌 워에서 무너졌던 우정은 타노스 덕분(?)에 복구됩니다. 이보다 더 완벽한 퇴장이 있을까요.


재회, 다시 미래로
토니는 피터를, 아버지를 다시 만납니다. 토르는 어머니를 다시 만납니다. 로켓은 그루트를 다시 만납니다. 퀼은 가모라를 다시 만납니다. 스티브는 페기를 다시 만납니다.

이들이 만난 건 그리운 과거와 다가올 미래입니다. 스톤의 힘으로도 어떤 과거는 바꿀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재회한 사람들 중 일부는 새로운 세대입니다. 토니와 스티브는 이들에게 미래를 맡기고 긴 여정을 마칩니다.


히어로에서 인간으로
어벤저스 1편과 인피니티 워/엔드게임은 수준이 많이 다릅니다. MCU는 진행되면서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수퍼히어로 영화에서 출발해서, 고전 모험담과 액션 스릴러, 마지막 휴먼드라마까지 다루죠. MCU는 모든 장르와 설정을 다 다룰 수 있는 프랜차이즈가 됐습니다.

재밌는 건 이렇게 MCU가 진행되면서, 히어로는 점점 인간이 되어갔다는 점입니다. 애초에 히어로가 많다보니 너프를 먹는 것부터 시작해서, 엔드게임에 다다르면 '토니, '스티브', 브루스' 등등이 되죠.
한 가지 특이한 건 헐크였습니다. 브루스는 헐크화(?)했는데, 이전까지는 통제하고 억누르던 내면의 분노를 직시하고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이더군요. 헐크도 브루스인 것이죠. 다만, 마지막까지 헐크의 액션이 안 나오는 건 아쉬웠어요.


21세기의 스타워즈
히어로들이 인간이 된 것과 비슷하게, 첨단기술과 미래의 끝을 달리던 MCU는 마지막엔 아주 고풍스러운 키스신으로 끝납니다. 심지어는 시점도 먼 과거죠. 과거에 대한 그리움, 영화니까 꿀 수 있는 약간의 꿈입니다. 스타워즈가 스페이스 오페라이면서도 상당히 고전적인 느낌이 나는 것처럼요.

애초에 같은 회사(...) 소속이라 그런 것도 있지만, 엔드게임 자체가 좀 스타워즈스럽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MCU가 초거대 프랜차이즈로서 21세기의 스타워즈같은 문화현상이 되었어요. 그리고 이 영화 최고의 명대사, "I am Iron Man"도 마찬가지고요.


이제 MCU는 거대한 인피니티 사가를 완벽하게 끝내고 페이즈 4로 넘어가게 됩니다. 새로운 MCU가 어떻게 펼쳐질지, 이들이 자신을 뛰어넘을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정도로 대단한 걸 만들었으니 다음 MCU도 충분히 기대되네요.

P.S. 최고의 개그는 역시 "Hail Hydra"입니다.

간만의 그릇질 Diary Of A Madman

참 오랜만에 그릇질을 했네요:) 원래 도자기만 질러댔었는데 위스키에 눈을 뜬 이후로 글라스웨어에도 관심이 가네요ㅠ
리델 소믈리에 코냑잔, 라리끄 100포인트 코냑잔입니다:) 원래 글렌케언성애자라 글렌케언 잔만 줄창 써댔는데, 갑자기 스템 달린 잔에 꽂혀서 질러버렸네요.
리델은 국내 수입이 돼서 구하기 쉬운데, 라리끄는 안 들어와서 배대지 써서 직구했네요. 유리잔 직구는 처음이라 조마조마했네요. 찻잔 직구야 많이 해봤지만 본차이나는 꽤 튼튼해서...

리델은 잘 깨지기로 악명높은데 받고 나서 보니 실제로 유리가 참 얇긴 얇습니다ㅠ 정말 조심조심해서 써야 할 듯해요. 반면에 라리끄는 유리가 글렌케언처럼 두꺼워서 리델처럼 마음 졸일 일은 없을 듯하네요.
제가 찍은 사진이나, 홈페이지 사진이나 둘 다 스템이 좀 길어보이는데 실물은 정말 마음에 드네요. 사진상으로 스템이 적당해보였던 리델은 오히려 스템이 짧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리델도 예쁘지만, 라리끄 받고 나서 처음 꺼내볼 땐 정말 '우와...' 하는 탄성이 나왔네요:)

막상 당분간 금주중이라 이 잔을 쓰려면 한참 기다려야 하지만, 물이라도 요걸로 마셔야겠어요:)

캡틴 마블 - 거대해진 마블 음악과 영상

<캡틴 마블>을 관람했습니다:) 개봉 전부터 말이 많던 작품이라 사실 걱정이 많았는데, 걱정을 깨끗이 날려주는군요. 우려와는 달리 PC와는 관계없는 영화입니다.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마블의 스케일이 아주 커졌다는 점입니다. 물론 그 이전에도 마블의 세계관과 이야기는 거대했습니다. 비주얼도 마찬가지였죠. 그게 캡틴 마블에서는 뭐랄까... 시각과 상상력이 다루는 범위가 커졌습니다.


우주가 배경인 영화에서, 정작 '이야기가 진행되는 공간' 자체는 우주선 속이나 비밀기지 속, 행성 표면처럼 지구에서도 볼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주 전투도 마찬가지죠. 인간이 아직 본격적으로 우주에 진출하지 못했고 따라서 상상력엔 브레이크가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캡틴 마블이 지구로 돌아오기 전까지는 상당한 수준의 우주적 스케일을 보여줍니다. 보면서 앞으로 마블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스케일의 시공간을 다룰 거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캡틴 마블의 액션도 마찬가지입니다. 마블은 히어로가 많이 나오는 탓에, 히어로의 액션이 좀 센 인간같다는 느낌이 종종 들어요. 하지만 이 작품은 캡틴 마블의 신화적인 힘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습니다. DC의 스케일 큰 액션과는 또다른 맛이 있는데, 신화적이라고밖에는 표현이 안 되네요.

물론 액션 장면만 보면 좋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자기들도 그걸 아는지 액션씬에 코믹한 BGM을 깔았죠. 하지만 에너지 투사능력과, 캡틴 마블의 힘을 보여준다는 면에서는 대성공입니다. 이런 원거리 공격이 특기인 히어로가 잘 없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에너지 투사를 좋아하는지라 아주 마음에 드네요.


플롯 면에서는, 마블이 자기네 타임라인을 다루는 솜씨가 이미 입신에 달했음을 보여줍니다. 10년 넘게 쭉 진행된 세계관에서, 단숨에 시간을 훌쩍 되돌려 어벤저스의 기원과 젊은 닉 퓨리의 이야기를 하는데 이게 정말 자연스럽습니다. 그동안 얘기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렸을텐데 어떻게 참았는지 모르겠네요.

영화의 스토리 자체에 대해 얘기해보자면... 캡틴 마블이 스크럴과 크리의 실체를 알기 전과 후로 딱 나뉩니다. 그 전에는 복고풍 미국 감성이 가득한, 마블판 <탑건>을 보는 기분이었어요. 기왕이면 F-15의 이륙장면을 넣어줬으면 좋았을텐데...ㅠㅠ 전투기가 등장해서 그렇게 느낀 것일 수도 있지만, 색감도 좀 탑건스럽습니다. 밀리터리 스릴러 같은 느낌도 나서 굉장히 좋았어요.

그런데 크리의 실체를 알고 난 후부터 영화는 급격하게 평범해집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갑자기 졸작이 돼버린다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캡틴 마블의 탄생신화를 읊는 전형적인 히어로물 1편이 됩니다. 스크럴의 포스는 갑자기 사라지고, 크리는 순식간에 찌질해집니다. 대신 캡틴 마블의 탄생을 아주 자세하게 보여주죠. 히어로의 탄생을 이렇게 세세하게 보여주는 작품도 드물 겁니다.


하지만 후반의 아쉬움은 구스가 완벽하게 메꿔줍니다. 플러큰의 공포스러운 실체와 압도적인 힘은 영화 전체를 지배하고 관객을 짓눌러버립니다. 구스 앞에서 다른 모든 인물들은 미물처럼 나약한 존재로 전락합니다. 관객들도 정신을 차릴 수가 없고요. 코스믹 호러를 이렇게 완벽하게 구현하는 작품은 처음입니다. 심지어는 두번째 쿠키에서도 구스의 힘을 슬쩍 보여주죠. 그 '슬쩍 보여준 힘'이 실로 무시무시하지만요.


종합적으로... 역시 믿고 보는 마블이라는 감탄이 나오네요. 후속편에서는 구스가 좀더 본격적으로 나와주면 좋겠어요. 물론 캡틴 마블의 활약과 닉 퓨리의 귀환도 기대됩니다.

P.S. 부쿠레슈티를 부카레스트로 써놓는 건 좀...;;;

누가 포퓰리스트인가 Diary Of A Madman

<국가는 거대한 허구다>에 이어 현 정부의 폭주를 아주 잘 보여주는 책을 읽었습니다. <국가는 거대한 허구다>도 마찬가지였는데 이 책도 한장한장 넘길 때마다 소름끼치네요.


우선 포퓰리스트는 오로지 자신만이 국민을 대표한다고 주장합니다. 경쟁자들은 부도덕하고 부패한 엘리트로 묘사하고, 반대자는 국민이 아니라고 낙인찍고요. 이때 국민은 정의롭고 도덕적이고 순결한 존재로 묘사하는데, 따라서 자기 편 외엔 자동으로 부도덕하며, 아예 국민도 아닌 존재로 만들어버립니다. 즉, 포퓰리즘은 배제적 형태의 정체성 정치며 민주주의를 위협합니다.


그런데 국가에서 국민이란 건 그렇게 명확하게 범주화할 수도 없을 뿐더러 모든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세력이 존재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포퓰리스트가 말하는 국민은 실제 국민이 아니라 자신들의 통치를 위해 만들어낸 환상에 가깝고요. 미국에서 MAGA에 반대하는 사람은 자동으로 위대한 미국을 부정하는 비국민이 됩니다. 유럽 포퓰리스트들의 구호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이중 최악은 사람이 먼저다, 사람 사는 세상입니다. 이건 반대자를 아예 비인간, 개돼지로 전락시키죠. 홍익표가 왜 자신만만한지 이걸 보니 알겠더군요.



또한 포퓰리스트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국민의 정치참여를 바라지 않습니다. 시민참여를 그렇게 강조하지만 실제론 일방통행인 것도 마찬가지고요. 포퓰리스트에게 인민의 이익은 무의미하며 오직 포퓰리스트가 "국민"에게 이익이라고 정해준 것에 동의하는 것만이 인민의 의무입니다. 그래서 포퓰리스트들은 집권중엔 엘리트주의를 딱히 문제삼지도 않고, 오히려 수동적 국민에 대해 보호자 노릇을 하려고 합니다(포용국가론이 괜히 나온 게 아님). 그러면서 포퓰리스트는 항상 자신을 "진정한 국민"의 "정당한 대변자"로 포장하죠.


여기서 선거결과가 포퓰리스트의 마음에 안 들 때 왜 이들이 결과 자체를 문제삼는지 알 수 있습니다. 어차피 포퓰리스트들은 실제 인민을 대변하지도 않고, 이들이 말하는 국민은 허상입니다. 그래서 "도덕적으로 올바른 것이었어야 할" 결과가 안 나오면 제도를, 더 나아가서 인민을 공격하고 반대자를 비국민으로 몰아붙입니다. 그러니 음모론이 따라붙을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포퓰리스트는 실제 인민을 대변하는 게 아니라 가상의 국민을 이용하는 것 뿐이기 때문에, 언론혐오가 심할 뿐더러 직접적인 대표성을 추구합니다. 가짜뉴스 타령과 청와대 청원은 이래서 튀어나오는 거죠. 현 정부가 말하는 소통은 진짜 소통이 아니라, 정부의 결정을 일방적으로 공포하는 확성기에 가깝습니다. 이래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언론을 억압하고, 직접 대중에게 말할 수 있는 일방통행 채널을 선호하죠.



이 책의 2장에서는 포퓰리스트가 실제로 어떻게 통치하는지 상세하게 설명하는데, 이걸 읽어보면 식은땀이 쫙쫙 납니다.


우선, 집권한 포퓰리스트는 집권 기간의 실패를 국내외 기존 엘리트의 방해 탓으로 돌립니다. 포퓰리스트들은 승리했어도 희생자처럼 행동하고, 기득권에 맞서는 투사 이미지를 계속 써먹습니다.


그리고 집권한 포퓰리스트는 일종의 종말론적 대립 상태를 꾸며내 국민을 계속 분열하고 동요시킵니다.


이 구절에서 정말 소름돋더군요. 이들은 정치 갈등에 도덕적 수사법을 최대한 써먹고 언제나 적을 상정합니다. "위기"는 객관적 상황이 아니라 그냥 퍼포먼스고, 정치는 지속적인 계엄 상태가 됩니다. 이런 지속적인 압박을 "국민에게 다가가는"연출과 접목시키고, 도덕적으로 정당하게 국민을 대표하며 국민의 일부만 "좋은"정부를 가질 자격이 있는 진정한 국민으로 규정합니다.



이렇게 스스로를 유일 영도자로 규정하고 나서, 포퓰리스트는 크게 세 가지 기법을 써서 통치합니다.


1. 포퓰리스트는 국가를 식민화, 점령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권에 충성하는 사람을 공직에 갖다 꽂고, 사법부도 개조하며, 언론장악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독재국가와의 차이점은, 이들이 국가는 국민의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도덕적 우위를 선점해서 식민화를 대놓고 저지른다는 것입니다. 포퓰리스트의 논리에서 국민은 국가를 장악해야 합니다. 이는 실제로는 집권세력이 국가기구를 집어삼키는 꼴이 되죠.


2. 포퓰리스트는 정치적 후견주의 경향을 보입니다. 지지의 대가로 유무형의 이익을 돌려주죠. 이때에도 대놓고, 도덕적 정당성을 내세웁니다. 국민 일부만이 진짜 국민이고 이들은 국가로부터 지원받을 자격이 있기 때문이라는 거죠. 마찬가지로 진짜 국민만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고, 비국민은 가혹하게 다뤄도 됩니다. 이런 차별적 행태가 공공연히 실행되고 도덕적 우위마저 획득했기 때문에, 부정부패가 집권세력에게 별 타격을 못 주는 이상한 현상이 나타납니다. 도덕적인 "우리"를 위한 조치라면 부정부패가 별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고, 따라서 부정부패 폭로 자체는 이들에게 타격을 못 줘요. 내로남불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닙니다.


3. 포퓰리스트는 비판세력을 탄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포퓰리스트는 국민에 대한 유일한 도덕적 대표자이기 때문에, 이런 상징성을 훼손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유별나게 가혹합니다. 그래서 반대자를 비국민으로 몰아붙이는 작업, 외세의 꼭두각시로 묘사하는 작업이 아주 중요합니다. 자한당/삼성/조중동 타령, 일베몰이, 친일프레임이 이래서 나옵니다. 포퓰리즘 정권의 행위에 의문을 제기하는 건 국민의 의지에 반하는 짓이 돼버리죠.



여기까지 읽었으면 어째 파시즘같다는 느낌이 들겠지만, 민주주의 하의 제도에 크게 의존할 뿐더러 직접적 폭력성이 매우 약하다는 점에서 이들은 파시즘과는 다릅니다. 하지만 이들도 권력 유지에는 크게 집착하는데, 여기에 헌법을 이용합니다. 정부를 비판하는 자는 비국민이라는 점을 헌법에 박아넣으려고 하고, 야당을 체계적으로 배제하는 제도를 만들어냅니다. 즉, 포퓰리즘 헌법은 비국민 타도의 수단일 뿐이죠. 개헌 논란이나, 해골찬의 백년집권 얘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닙니다. 베네수엘라 헌법이 쓸데없이 긴 것도 마찬가지예요.



자유민주주의, 대의민주주의에서 대표자는 다수에게서 권한을 위임받습니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두 가지, 독재와 중우정치를 막기 위해 고안된 게 대의민주주의죠. 여기서 대표자의 행위는 결과로 평가받고 인민은 선거에서 이들을 심판합니다. 도덕은 형사사건이 아닌 한, 끼어들지 않습니다.


그런데 정당정치가 약화되면(한국은 원래 약했지만) 포퓰리즘은 강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유럽은 세계대전 이후 국민주권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정치제도를 설계했고, 그 방안 중 하나로 헌법재판소(유권자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기관)가 강해졌습니다. 그리고 EU라는 초국가단체를 탄생시켰죠. 그 결과 포퓰리스트들은 유럽 각국의 정치제도가 국민참여를 최소화시키며 주권을 EU가 강탈해간다고 비판하기 쉬워졌습니다. 21세기 유럽정치에서 포퓰리스트가 강세인 건 괜히 그런 게 아니예요. 한국, 특히 민주당의 유로뽕도 어느 정도는 여기서 비롯된 거 아닐까 싶네요.



더구나 한국의 종특은 스스로를 순결한 피해자로 규정하며 도덕적 우위를 누리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왜 극우의 나라인가>를 보면 북한이 딱 이런 특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 잘 드러나죠. 남한은 크게 다를까요? 최소한, 민주당의 행태를 보면 북한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포퓰리즘의 창궐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놀랍게도 이 책은 포퓰리스트마저 하나의 정치세력으로 인정하고 토론과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게 진짜 자유민주주의라는 거죠. 포퓰리스트를 타도의 대상으로 삼는 건 적폐청산을 신적폐청산으로 보복하는 꼴밖에 안 되고, 결국 포퓰리즘과 같은 배제의 정치가 된다고 강조합니다. 물론 저 자신도 이걸 실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네요;;; 결국 원론적인,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발전 외엔 답이 없다는 거죠. 하지만 어쨌든 현 정부가 사회주의 포퓰리즘 정권이라는 걸 아는 게 극복의 첫걸음일 수밖에 없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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