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보는 사람 뚜껑열리게 하긴 하지만, 그 덕분에 한국은 어떤 전환점에 들어선 것 같다. 바로 반북/혐북감정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점이다. 손해본 사람이 수두룩하던 코인 규제도 이 정도로 여론을 악화시키진 않았다.
아무리 정부가 막가도 한국은 민주국가고 민의는 정책에 반영된다. 그동안 반북감정을 대놓고 표출하는 데 일종의 장벽이 있었다면,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게 사라져간다는 느낌이다. 재작년에 국민의당 청년위 모임에서 국민의당 대북정책 담당하는 분이 "현재 한국에선 빠르게 혐북/염북감정이 확산되고 있다"고 했는데 이제 확산에 가속이 붙었다.
그리고 한국에서 '찍히면' 그건 정말 회복이 어렵다. MB가 대표적인데, 정부의 대북정책을 입에 거품 물고 까던 사람들이 MB에게도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MB는 한 50%쯤은 억울하게 까인다고 보긴 하지만. 인터넷 한정이긴 하지만 이런 식으로 여론이 비슷한 게 북한까기, MB까기, 503까기, 마트규제 까기 정도다.
한국이 일단 북한을 적으로 인식하면, 북한이 이제까지 몰랐거나 알고도 무시했던 가장 중요한 점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바로 한국은 북한에 비해 근본적으로 우세한 체제를 갖고 압도적인 국력을 쌓았다는 점이다. 한국같은 국력을 가진 국가가 적국으로 옆에 붙어있다는 게 무슨 뜻인지, 70년 넘게 한국을 엿먹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북한이 알게 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북한은 자신들의 체제가 근본적으로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점을 모른다고 본다. 북한은 핵보유국의 지위와 위세를 원하며, 자신을 소련의 대체자이자 미국의 맞상대로 간주한다. 한마디로 자뻑이 극에 달한 거다. 김정일은 그래도 눈치는 있었지만 김정은은 눈치조차 없다. 북한 내부의 불안정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해서 핵무장 속도를 가속시키는 게 과연 답이었을까? 북한이 비합리적인 건 아니고 김정은이 단지 미치광이인 건 아니지만, 한국이 민주국가란 점에서 기인하는 특징을 이해하는 건 불가능했다고 본다. 김정은은 한국 국민 다수를 혐북으로 바꿔놓는 데 성공했다. 그게 자신에게 어떤 대가를 치르게 할지 결코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여기서 가장 골치아픈 변수는 북핵이다. 나야 동북아 핵도미노를 바라지만 그게 안 된다면 전술핵 재배치라도 해야 한다. 여기서도 한국의 반북여론이 힘을 실어줄 수 있다. 또한 본격적인 열전이 아니어도 북한에게 대가를 치르게 할 방법은 많다. 당장 대북확성기나 대북방송만 해도 북한이 알러지 반응을 보인다. 이런 건 군사행동이 아니라서 주변국 눈치 볼 필요도 없다. 조은 문제나 BDA 제재 같은 팻감도 일단 발굴하기 시작하면 많이 나올 수도 있다.
어차피 한국의 대북여론은 정부가 나선다고 크게 변할 수가 없다. 이건 김정은 하기 나름이고, 지금도 꾸준히 김정은은 한국의 혐북감정을 강화시켜주고 있다. 조만간 확실하게 여론이 바뀌길 바란다. 그러면 어느 정당이든 '국민의 뜻'을 따르게 될 것이다.
덧글
혐북이 된건 중국 조선족의 어시스트도 크다 봐야 합니다. 원래 2 30대는 그 이산가족 세대와는 이미 거의 사별한 그런 나이차이의 세대이고 중국의 이미지가 대륙이니 뭐니 안좋거나 카피 이미지 일색이었는데 거기에 결정타를 날린게 한국말 어설프게 하는 중국인 즉 조선족 이었죠. 그냥 좋게 좋게 지내면 문제 없을지 몰라도 보이스 피싱이니 뭐니 직간접적으로 더 치명타가 되었죠.
조선족도 이 모양인데 북한이라고 좋을 수는 없는거죠. 그보다 더하면 더한것이고 말이죠. 그리고 반공 세대는 간첩 복권같은 것도 교육받았지만 금강산과 백두산이 정말 좋다고 주입받은 것도 있죠. 허나 이제 백두니 금강이 뭔 소용입니까? 돈 있으면 비행기타고 더 좋은데 더 편하게 다니는 해외여행 자유화의 시대인데 그저 문재앙 하는 짓을 보면 틀딱 혹은 치매는 안된다. 대가리가 막혀있다 이리 생각하는거죠.
어쨌건 변화는 이제 시작이고 진짜 다시 뒤집어질지 아닐지는 두고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