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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vil Abyss Of The Vo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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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왕 랄프 2: Ode To Our Disney 음악과 영상

스포일링 주의!

<주먹왕 랄프>를 워낙 좋아하던 터라, 후속작 소식에 반가우면서도 걱정이 꽤나 됐었어요. 요즘 바뀌긴 했지만, 원래 디즈니는 속편을 잘 안 내던 회사였고 <주먹왕 랄프>도 마찬가지로 한 편으로 완결된 작품이었죠.

그래도 초반에 인터넷 세상으로 들어가는 장면의 그 엄청난 연출을 보고는 역시 디즈니다 싶었어요. 그 장면에선 정말 온몸에 소름이 쫙 끼치더군요.

그런데 이후 전개가 뭐랄까... 좀 급하면서도 약간 뻔한? 그런 패턴대로 진행되는 걸 보면서 좀 불안해지더군요. 그러다가 영화가 반쯤 진행되고 나니 자연스럽게 알게 됐네요.


이 영화는 초대형 디즈니 팬무비입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트리뷰트예요.
그런데 그게 정말 잘 된데다, 그 대상인 디즈니가 워낙 거대하다보니 그 위용에 압도됩니다.

백설공주와 아이언맨과 스톰트루퍼가 한 영화에 나오는 건 거의 초현실적이라고 할 만한 장면이었고, 구글과 페북과 아마존을 몽땅 다 자기네 영화에 출연시키는 건 뭐랄까 공포스럽기까지 했습니다. 디즈니가 얼마나 무지막지한 기업이고 이들이 가진 것과 동원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거대한지, 자기들이 쌓아올린 게 어느 정도인지 팬들에게 보여주는 느낌이예요.

이게 절대 자기과시나 자뻑이 아니고, 어릴 때부터 디즈니 팬이었던 사람이라면 아주 자연스럽게 그 세계에 빠져들 수 있도록 되어있어요. 그러다 보니 좀 뻔한 플롯과 주제의식에도 크게 신경이 안 쓰이네요.


스토리와 주제의식은 디즈니가 근 십몇년째 우려먹는 패턴 -자아찾기- 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디즈니 수준이면 알고도 당하죠. 랄프와 바넬로피는 유사 부녀관계이지만 전작에선 우정이 더 부각됐는데, 이번에는 딸을 독립시키는 아버지의 고민과 과보호가 더 돋보여요.

바넬로피는 위험한 새 세상, 자기 세대에 어울리는 자리로 나아가려고 하고, 80년대의 유물인 랄프는 걱정이 돼서 이걸 막으려고 합니다. 물론 이런저런 고난 끝에 둘은 화해하고 바넬로피는 새로운 장소에서 새 친구들과 함께 새출발을 하죠.

사실 이걸 원래 설정대로, 바넬로피가 슬로터 레이스에서 한번 죽으면 그걸로 끝이란 것으로 갔다면 정말 대단했을텐데... 안전빵의 디즈니답게 막판에 바넬로피 코드를 게임에 넣어서 안전보장을 해놨습니다. 이게 영화의 완성도를 한 절반은 깎아먹었어요. 실제 세상에선 한번 죽으면 끝이고, 바넬로피가 이런 운명을 받아들였다면 세상으로 나아가는 딸을 불안하게 지켜보는 아버지가 더 부각됐을 거예요.


뮤지컬 장면은 딱 하나지만 디즈니답게 그 한 장면의 빠와가 정말 엄청납니다. 살짝 <렌트>도 떠오르네요. 디즈니 공주들의 일상복 차림도 괜찮았고, 마지막에 공주들이 자기들 필살기를 쓰는 걸 보면 역시 팬무비답다는 느낌입니다. '우리가 이제까지 한 게 이 정도야!' 라고 외치는 듯해요.

개그가 많은 영화는 아니지만 메리다가 스코틀랜드어(...)로 떠드는 장면은 이 영화 최고의 개그 씬입니다. 그 장면에서 제일 크게 웃었네요. 그 외에 인터넷 세상의 캐릭터들이 대체로 호의적인 건 디즈니의 기본적인 세계관과 시각을 보여주는 듯해요. 세상은 원래 살만한 곳이다... 같은?


섕크의 디자인은 상당히 마음에 들었고, 예스도 꽤 괜찮았네요. 인터넷 세상에 대한 풍자 같은 건 있긴 하지만 딱히 잘 드러나진 않아요. 러닝타임이 의외로 긴 것도 특징인데, 오랫동안 디즈니를 보면서 자란 사람들에게 바치는 영화라 그런 것 같아요.


인터넷 세상 진입 장면만으로도 한두 번 더 볼 것 같네요. 전작 수준의 걸작이라고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역시 믿고 보는 디즈니입니다:)

덧글

  • 오오 2019/01/04 02:26 #

    딪벤져스 공주님 부대의 경우 대부분 원작 성우분들을 다시 모신데다가 그 뮤지컬 파트 작곡자가 앨런 멘켄인 것도 팬서비스라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 Arcturus 2019/01/04 06:14 #

    네:) 그것도 반가웠네요. 공주들이 많이 나오진 않았지만 어찌나 반갑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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