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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vil Abyss Of The Vo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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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포퓰리스트인가 Diary Of A Madman

<국가는 거대한 허구다>에 이어 현 정부의 폭주를 아주 잘 보여주는 책을 읽었습니다. <국가는 거대한 허구다>도 마찬가지였는데 이 책도 한장한장 넘길 때마다 소름끼치네요.


우선 포퓰리스트는 오로지 자신만이 국민을 대표한다고 주장합니다. 경쟁자들은 부도덕하고 부패한 엘리트로 묘사하고, 반대자는 국민이 아니라고 낙인찍고요. 이때 국민은 정의롭고 도덕적이고 순결한 존재로 묘사하는데, 따라서 자기 편 외엔 자동으로 부도덕하며, 아예 국민도 아닌 존재로 만들어버립니다. 즉, 포퓰리즘은 배제적 형태의 정체성 정치며 민주주의를 위협합니다.


그런데 국가에서 국민이란 건 그렇게 명확하게 범주화할 수도 없을 뿐더러 모든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세력이 존재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포퓰리스트가 말하는 국민은 실제 국민이 아니라 자신들의 통치를 위해 만들어낸 환상에 가깝고요. 미국에서 MAGA에 반대하는 사람은 자동으로 위대한 미국을 부정하는 비국민이 됩니다. 유럽 포퓰리스트들의 구호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이중 최악은 사람이 먼저다, 사람 사는 세상입니다. 이건 반대자를 아예 비인간, 개돼지로 전락시키죠. 홍익표가 왜 자신만만한지 이걸 보니 알겠더군요.



또한 포퓰리스트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국민의 정치참여를 바라지 않습니다. 시민참여를 그렇게 강조하지만 실제론 일방통행인 것도 마찬가지고요. 포퓰리스트에게 인민의 이익은 무의미하며 오직 포퓰리스트가 "국민"에게 이익이라고 정해준 것에 동의하는 것만이 인민의 의무입니다. 그래서 포퓰리스트들은 집권중엔 엘리트주의를 딱히 문제삼지도 않고, 오히려 수동적 국민에 대해 보호자 노릇을 하려고 합니다(포용국가론이 괜히 나온 게 아님). 그러면서 포퓰리스트는 항상 자신을 "진정한 국민"의 "정당한 대변자"로 포장하죠.


여기서 선거결과가 포퓰리스트의 마음에 안 들 때 왜 이들이 결과 자체를 문제삼는지 알 수 있습니다. 어차피 포퓰리스트들은 실제 인민을 대변하지도 않고, 이들이 말하는 국민은 허상입니다. 그래서 "도덕적으로 올바른 것이었어야 할" 결과가 안 나오면 제도를, 더 나아가서 인민을 공격하고 반대자를 비국민으로 몰아붙입니다. 그러니 음모론이 따라붙을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포퓰리스트는 실제 인민을 대변하는 게 아니라 가상의 국민을 이용하는 것 뿐이기 때문에, 언론혐오가 심할 뿐더러 직접적인 대표성을 추구합니다. 가짜뉴스 타령과 청와대 청원은 이래서 튀어나오는 거죠. 현 정부가 말하는 소통은 진짜 소통이 아니라, 정부의 결정을 일방적으로 공포하는 확성기에 가깝습니다. 이래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언론을 억압하고, 직접 대중에게 말할 수 있는 일방통행 채널을 선호하죠.



이 책의 2장에서는 포퓰리스트가 실제로 어떻게 통치하는지 상세하게 설명하는데, 이걸 읽어보면 식은땀이 쫙쫙 납니다.


우선, 집권한 포퓰리스트는 집권 기간의 실패를 국내외 기존 엘리트의 방해 탓으로 돌립니다. 포퓰리스트들은 승리했어도 희생자처럼 행동하고, 기득권에 맞서는 투사 이미지를 계속 써먹습니다.


그리고 집권한 포퓰리스트는 일종의 종말론적 대립 상태를 꾸며내 국민을 계속 분열하고 동요시킵니다.


이 구절에서 정말 소름돋더군요. 이들은 정치 갈등에 도덕적 수사법을 최대한 써먹고 언제나 적을 상정합니다. "위기"는 객관적 상황이 아니라 그냥 퍼포먼스고, 정치는 지속적인 계엄 상태가 됩니다. 이런 지속적인 압박을 "국민에게 다가가는"연출과 접목시키고, 도덕적으로 정당하게 국민을 대표하며 국민의 일부만 "좋은"정부를 가질 자격이 있는 진정한 국민으로 규정합니다.



이렇게 스스로를 유일 영도자로 규정하고 나서, 포퓰리스트는 크게 세 가지 기법을 써서 통치합니다.


1. 포퓰리스트는 국가를 식민화, 점령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권에 충성하는 사람을 공직에 갖다 꽂고, 사법부도 개조하며, 언론장악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독재국가와의 차이점은, 이들이 국가는 국민의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도덕적 우위를 선점해서 식민화를 대놓고 저지른다는 것입니다. 포퓰리스트의 논리에서 국민은 국가를 장악해야 합니다. 이는 실제로는 집권세력이 국가기구를 집어삼키는 꼴이 되죠.


2. 포퓰리스트는 정치적 후견주의 경향을 보입니다. 지지의 대가로 유무형의 이익을 돌려주죠. 이때에도 대놓고, 도덕적 정당성을 내세웁니다. 국민 일부만이 진짜 국민이고 이들은 국가로부터 지원받을 자격이 있기 때문이라는 거죠. 마찬가지로 진짜 국민만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고, 비국민은 가혹하게 다뤄도 됩니다. 이런 차별적 행태가 공공연히 실행되고 도덕적 우위마저 획득했기 때문에, 부정부패가 집권세력에게 별 타격을 못 주는 이상한 현상이 나타납니다. 도덕적인 "우리"를 위한 조치라면 부정부패가 별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고, 따라서 부정부패 폭로 자체는 이들에게 타격을 못 줘요. 내로남불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닙니다.


3. 포퓰리스트는 비판세력을 탄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포퓰리스트는 국민에 대한 유일한 도덕적 대표자이기 때문에, 이런 상징성을 훼손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유별나게 가혹합니다. 그래서 반대자를 비국민으로 몰아붙이는 작업, 외세의 꼭두각시로 묘사하는 작업이 아주 중요합니다. 자한당/삼성/조중동 타령, 일베몰이, 친일프레임이 이래서 나옵니다. 포퓰리즘 정권의 행위에 의문을 제기하는 건 국민의 의지에 반하는 짓이 돼버리죠.



여기까지 읽었으면 어째 파시즘같다는 느낌이 들겠지만, 민주주의 하의 제도에 크게 의존할 뿐더러 직접적 폭력성이 매우 약하다는 점에서 이들은 파시즘과는 다릅니다. 하지만 이들도 권력 유지에는 크게 집착하는데, 여기에 헌법을 이용합니다. 정부를 비판하는 자는 비국민이라는 점을 헌법에 박아넣으려고 하고, 야당을 체계적으로 배제하는 제도를 만들어냅니다. 즉, 포퓰리즘 헌법은 비국민 타도의 수단일 뿐이죠. 개헌 논란이나, 해골찬의 백년집권 얘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닙니다. 베네수엘라 헌법이 쓸데없이 긴 것도 마찬가지예요.



자유민주주의, 대의민주주의에서 대표자는 다수에게서 권한을 위임받습니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두 가지, 독재와 중우정치를 막기 위해 고안된 게 대의민주주의죠. 여기서 대표자의 행위는 결과로 평가받고 인민은 선거에서 이들을 심판합니다. 도덕은 형사사건이 아닌 한, 끼어들지 않습니다.


그런데 정당정치가 약화되면(한국은 원래 약했지만) 포퓰리즘은 강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유럽은 세계대전 이후 국민주권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정치제도를 설계했고, 그 방안 중 하나로 헌법재판소(유권자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기관)가 강해졌습니다. 그리고 EU라는 초국가단체를 탄생시켰죠. 그 결과 포퓰리스트들은 유럽 각국의 정치제도가 국민참여를 최소화시키며 주권을 EU가 강탈해간다고 비판하기 쉬워졌습니다. 21세기 유럽정치에서 포퓰리스트가 강세인 건 괜히 그런 게 아니예요. 한국, 특히 민주당의 유로뽕도 어느 정도는 여기서 비롯된 거 아닐까 싶네요.



더구나 한국의 종특은 스스로를 순결한 피해자로 규정하며 도덕적 우위를 누리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왜 극우의 나라인가>를 보면 북한이 딱 이런 특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 잘 드러나죠. 남한은 크게 다를까요? 최소한, 민주당의 행태를 보면 북한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포퓰리즘의 창궐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놀랍게도 이 책은 포퓰리스트마저 하나의 정치세력으로 인정하고 토론과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게 진짜 자유민주주의라는 거죠. 포퓰리스트를 타도의 대상으로 삼는 건 적폐청산을 신적폐청산으로 보복하는 꼴밖에 안 되고, 결국 포퓰리즘과 같은 배제의 정치가 된다고 강조합니다. 물론 저 자신도 이걸 실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네요;;; 결국 원론적인,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발전 외엔 답이 없다는 거죠. 하지만 어쨌든 현 정부가 사회주의 포퓰리즘 정권이라는 걸 아는 게 극복의 첫걸음일 수밖에 없겠네요.


덧글

  • 2019/03/06 00:17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9/03/06 00:26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nolifer 2019/03/06 00:31 #

    그 반역자들을 모조리 죽여 없애는게 신적폐청산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들을 하나의 정치세력으로 인정하고 토론과 대화를 이어가봤자, 그들은 하던대로 날조선동으로 모두를 속이고 다시 정권을 잡아 자신들만의 사회주의 공화국을 세울겁니다. 그들은 단 한번도 자신들의 실패를 인정하고 극복한 적 없습니다. 자신들의 실패는 외부요소 때문이며 자신들은 틀린적 없단 광신적인 믿음을 가지고 지금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런놈들과 무슨 토론과 대화를 이어갑니까? 모두가 중국 혹은 북한의 노예가 된 이후에도 자신들은 틀리지 않았다면서 정신승리나 할 것이 분명한 놈들인데 말입니다.
  • Arcturus 2019/03/06 11:05 #

    열린사회와 그 적이 되는 듯한데 사실 어디까지 적으로 규정할 수 있느냐에 정답은 없죠;;; 당장 저만 해도 신적폐 청산하고 싶은 충동에 시달리는데 저걸 실천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 피그말리온 2019/03/06 00:59 #

    가장 큰 문제는, 설령 나라가 다 결딴이 난다고 해도 사람들은 뭐가 잘못인지 모르거나, 알아도 인정하지 않는다는거죠. 모든 것이 그들의 잘못이니...
  • Arcturus 2019/03/06 11:06 #

    인정한다면 이미 포퓰리스트가 아닐 겁니다.
  • 2019/03/06 01:04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9/03/06 11:08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알토리아 2019/03/06 03:20 #

    결국 국민들이 현실은 도덕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 텐데, 그 경우는 국민들이 좌절감에 빠질 가능성이 높고, 더 나아가면 바이마르 공화국 꼴이 난다는 게 문제겠지요....
  • Arcturus 2019/03/06 11:09 #

    저는 그래도 미래는 희망적일 거라고 봅니다만, 희망적이라고 해봐야 경착륙과 충돌이 아주 오래 반복된 끝에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 파파라치 2019/03/06 10:59 #

    어찌보면 국가를 도덕을 적극적으로 구현해야 하는 주체로 보는데서 이 모든 비극이 출발하는지도 모르죠. 특히나 우리나라는 도덕국가적 전통이 대단히 뿌리깊은 국가이니...
  • Arcturus 2019/03/06 11:09 #

    한국은 여전히 신정국가, 전근대국가의 면모가 강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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