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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vil Abyss Of The Vo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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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마블 - 거대해진 마블 음악과 영상

<캡틴 마블>을 관람했습니다:) 개봉 전부터 말이 많던 작품이라 사실 걱정이 많았는데, 걱정을 깨끗이 날려주는군요. 우려와는 달리 PC와는 관계없는 영화입니다.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마블의 스케일이 아주 커졌다는 점입니다. 물론 그 이전에도 마블의 세계관과 이야기는 거대했습니다. 비주얼도 마찬가지였죠. 그게 캡틴 마블에서는 뭐랄까... 시각과 상상력이 다루는 범위가 커졌습니다.


우주가 배경인 영화에서, 정작 '이야기가 진행되는 공간' 자체는 우주선 속이나 비밀기지 속, 행성 표면처럼 지구에서도 볼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주 전투도 마찬가지죠. 인간이 아직 본격적으로 우주에 진출하지 못했고 따라서 상상력엔 브레이크가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캡틴 마블이 지구로 돌아오기 전까지는 상당한 수준의 우주적 스케일을 보여줍니다. 보면서 앞으로 마블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스케일의 시공간을 다룰 거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캡틴 마블의 액션도 마찬가지입니다. 마블은 히어로가 많이 나오는 탓에, 히어로의 액션이 좀 센 인간같다는 느낌이 종종 들어요. 하지만 이 작품은 캡틴 마블의 신화적인 힘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습니다. DC의 스케일 큰 액션과는 또다른 맛이 있는데, 신화적이라고밖에는 표현이 안 되네요.

물론 액션 장면만 보면 좋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자기들도 그걸 아는지 액션씬에 코믹한 BGM을 깔았죠. 하지만 에너지 투사능력과, 캡틴 마블의 힘을 보여준다는 면에서는 대성공입니다. 이런 원거리 공격이 특기인 히어로가 잘 없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에너지 투사를 좋아하는지라 아주 마음에 드네요.


플롯 면에서는, 마블이 자기네 타임라인을 다루는 솜씨가 이미 입신에 달했음을 보여줍니다. 10년 넘게 쭉 진행된 세계관에서, 단숨에 시간을 훌쩍 되돌려 어벤저스의 기원과 젊은 닉 퓨리의 이야기를 하는데 이게 정말 자연스럽습니다. 그동안 얘기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렸을텐데 어떻게 참았는지 모르겠네요.

영화의 스토리 자체에 대해 얘기해보자면... 캡틴 마블이 스크럴과 크리의 실체를 알기 전과 후로 딱 나뉩니다. 그 전에는 복고풍 미국 감성이 가득한, 마블판 <탑건>을 보는 기분이었어요. 기왕이면 F-15의 이륙장면을 넣어줬으면 좋았을텐데...ㅠㅠ 전투기가 등장해서 그렇게 느낀 것일 수도 있지만, 색감도 좀 탑건스럽습니다. 밀리터리 스릴러 같은 느낌도 나서 굉장히 좋았어요.

그런데 크리의 실체를 알고 난 후부터 영화는 급격하게 평범해집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갑자기 졸작이 돼버린다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캡틴 마블의 탄생신화를 읊는 전형적인 히어로물 1편이 됩니다. 스크럴의 포스는 갑자기 사라지고, 크리는 순식간에 찌질해집니다. 대신 캡틴 마블의 탄생을 아주 자세하게 보여주죠. 히어로의 탄생을 이렇게 세세하게 보여주는 작품도 드물 겁니다.


하지만 후반의 아쉬움은 구스가 완벽하게 메꿔줍니다. 플러큰의 공포스러운 실체와 압도적인 힘은 영화 전체를 지배하고 관객을 짓눌러버립니다. 구스 앞에서 다른 모든 인물들은 미물처럼 나약한 존재로 전락합니다. 관객들도 정신을 차릴 수가 없고요. 코스믹 호러를 이렇게 완벽하게 구현하는 작품은 처음입니다. 심지어는 두번째 쿠키에서도 구스의 힘을 슬쩍 보여주죠. 그 '슬쩍 보여준 힘'이 실로 무시무시하지만요.


종합적으로... 역시 믿고 보는 마블이라는 감탄이 나오네요. 후속편에서는 구스가 좀더 본격적으로 나와주면 좋겠어요. 물론 캡틴 마블의 활약과 닉 퓨리의 귀환도 기대됩니다.

P.S. 부쿠레슈티를 부카레스트로 써놓는 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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