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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vil Abyss Of The Vo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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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저스:엔드게임 - 인간의 이야기 (스포주의) 음악과 영상

※스포일링 주의

<인피니티 워>에서 워낙 감탄해서, 엔드게임도 정말 기대했습니다. 1400만분의 1 확률의 미래가 과연 어떨지.

그리고 기대한 만큼 멋진 작품이 나왔습니다. MCU 10년을 마무리하는 거대한 피날레네요.


인간의 이야기
인피니티 워는 철저하게 타노스의 이야기였습니다. 어벤저스는 타노스의 힘을 보여주는 장치, 일반인은 타노스에게 쓸려나가기만 하는 무력한 존재였죠.

그게 엔드게임에서는 정확히 반대로 뒤집힙니다. 히어로들은 오히려 덜 돋보이고, 인간적인 면이 부각됩니다. 전투 장면이 적어서 더 그렇게 보이고요. 타노스는 인류의 반격을 막으려고 전력을 다하다 끝내 실패합니다. 전작의 히어로처럼, 인간의 힘을 보여주는 장치로 바뀌었죠.

영화가 진행되면서, 의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삶은 잘못될 수도 있고 그대로 되돌릴 수도 없지만, 엉망진창이더라도 복구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어'라는 메시지가 꽤 강하게 느껴졌어요. 어벤저스는 인피니티 워의 시점으로 돌아가 과거를 완벽히 바꾸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현재를 바꿨죠.


마블의 휴먼드라마(?)
러닝타임이 3시간이나 되는데, 전투는 마지막 물량전 딱 하나입니다. 그 장면의 박력은 대단하지만, 그보다는 감동이 더 컸어요. 수퍼히어로 영화에서 액션을 이렇게까지 줄이고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게 놀랍네요. 그리고 나머지는 인간의 드라마로 꽉 채워졌습니다. 러닝타임이 길지만, 할 얘기가 하도 많아서 이야기의 밀도가 높고 전개가 빠릅니다.
초반에 타노스부터 죽이고 시작했을 때, 정말 감탄했습니다. 인피니티 워를 아예 리셋해버리는 느낌이었으니까요. 그리고 5년이 지났다는 자막이 나오고 나니, 도대체 전개를 어떻게 할지 정말 궁금해지더군요.
그 시점에서 앤트맨이 나오니까 무릎을 탁 치게 되더군요. 재밌는 건 초반에 앤트맨이 등장하고 나서부터는 영화의 스케일 자체가 갑자기 작아지더니, 이게 점점 확장돼서 마지막 물량전 시점에선 스케일이 그야말로 우주적으로 커집니다. 마블의 스토리텔링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네요. 앤트맨-토니-브루스가 과거로 가기 위해 노력하는 장면과 과거로 가는 장면에선 좀 걱정했었거든요.

그리고 어벤저스의 계획은 계속 꼬입니다. 애초에 스톤이 다 파괴된 것부터 시작해서, 과거로 가서도 자꾸 일이 꼬여서 계속 더 먼 과거로 가죠. 그리고 다 찾아서 현재로 돌아오고 나니... 전부 다 알아챈 타노스가 미래로 따라오게 됩니다. 이걸 관객들에게 미리 알려주면서 진행하니, 관객들은 전전긍긍하게 되죠.


타노스의 타락
초반에 허무하게 퇴장했던 타노스는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인류 최악의 적으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이 타노스는 인피니티 워의 타노스와는 좀 달라요. 전작의 타노스는 하는 짓은 악당인데 정신상태는 주인공이었고 오로지 대의명분을 위해 움직였지만, 엔드게임의 타노스는 내적 균형이 붕괴돼서 모든 생명체를 말살하고 새 우주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니까요. 분명 현재의 우주를 위해 미친 짓을 하던 타노스는, 어벤저스의 반격 앞에 완전히 타락해서 순수한 악당이 됩니다.

완전히 맛이 간 타노스는, 엉망이긴 해도 현재를 복구한 인류 앞에 결국 패배합니다. 타노스의 대군 앞에서 절망하던 캡틴 뒤에서 등장하던 인류 연합군(?)은 장엄하기까지 하더군요. 낭패한 타노스의 표정을 보는 게 어찌나 기쁘던지!


완벽한 세대교체, 아이언맨과 캡틴의 퇴장
모든 일이 마무리되고, 토니는 스톤의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죽습니다. 스티브는 과거로 돌아가 -그리고 버키에게서 벗어나- 자신이 꿈꿨던 삶을 삽니다. 이들은 나름대로 자신이 원하는 걸 이뤘고, 두려워하던(타노스/버키의 상실) 걸 극복했습니다. 시빌 워에서 무너졌던 우정은 타노스 덕분(?)에 복구됩니다. 이보다 더 완벽한 퇴장이 있을까요.


재회, 다시 미래로
토니는 피터를, 아버지를 다시 만납니다. 토르는 어머니를 다시 만납니다. 로켓은 그루트를 다시 만납니다. 퀼은 가모라를 다시 만납니다. 스티브는 페기를 다시 만납니다.

이들이 만난 건 그리운 과거와 다가올 미래입니다. 스톤의 힘으로도 어떤 과거는 바꿀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재회한 사람들 중 일부는 새로운 세대입니다. 토니와 스티브는 이들에게 미래를 맡기고 긴 여정을 마칩니다.


히어로에서 인간으로
어벤저스 1편과 인피니티 워/엔드게임은 수준이 많이 다릅니다. MCU는 진행되면서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수퍼히어로 영화에서 출발해서, 고전 모험담과 액션 스릴러, 마지막 휴먼드라마까지 다루죠. MCU는 모든 장르와 설정을 다 다룰 수 있는 프랜차이즈가 됐습니다.

재밌는 건 이렇게 MCU가 진행되면서, 히어로는 점점 인간이 되어갔다는 점입니다. 애초에 히어로가 많다보니 너프를 먹는 것부터 시작해서, 엔드게임에 다다르면 '토니, '스티브', 브루스' 등등이 되죠.
한 가지 특이한 건 헐크였습니다. 브루스는 헐크화(?)했는데, 이전까지는 통제하고 억누르던 내면의 분노를 직시하고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이더군요. 헐크도 브루스인 것이죠. 다만, 마지막까지 헐크의 액션이 안 나오는 건 아쉬웠어요.


21세기의 스타워즈
히어로들이 인간이 된 것과 비슷하게, 첨단기술과 미래의 끝을 달리던 MCU는 마지막엔 아주 고풍스러운 키스신으로 끝납니다. 심지어는 시점도 먼 과거죠. 과거에 대한 그리움, 영화니까 꿀 수 있는 약간의 꿈입니다. 스타워즈가 스페이스 오페라이면서도 상당히 고전적인 느낌이 나는 것처럼요.

애초에 같은 회사(...) 소속이라 그런 것도 있지만, 엔드게임 자체가 좀 스타워즈스럽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MCU가 초거대 프랜차이즈로서 21세기의 스타워즈같은 문화현상이 되었어요. 그리고 이 영화 최고의 명대사, "I am Iron Man"도 마찬가지고요.


이제 MCU는 거대한 인피니티 사가를 완벽하게 끝내고 페이즈 4로 넘어가게 됩니다. 새로운 MCU가 어떻게 펼쳐질지, 이들이 자신을 뛰어넘을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정도로 대단한 걸 만들었으니 다음 MCU도 충분히 기대되네요.

P.S. 최고의 개그는 역시 "Hail Hydra"입니다.

덧글

  • 포스21 2019/04/25 08:27 #

    확실히 21세기 스타워즈 라는 표현이 정말 공감이 가네요
  • Arcturus 2019/04/25 15:10 #

    몇몇 오마쥬 장면들도 그렇고, 확실히 스타워즈스럽습니다.
  • 오오 2019/04/25 08:37 #

    D-1에 중간에 멈췄던 아이언맨 1을 끝까지 봤는데 장면이며 대사가 짠하기 그지 없네요.
  • Arcturus 2019/04/25 15:10 #

    저도 보고 나오자마자 떠오르는 게 '아이언맨 다시 봐야지' 였어요:)
  • 로그온티어 2019/04/25 09:54 #

    읽다보니 결국 오디세이아로 끝나는 것 같네요. 타임라인은 바다고, 각자가 집에서 멀어져 마음이 헤매는 이야기였고, 결국 각자의 과거(고향)으로 돌아가 자신이 해야할 일을 하고 마무리 짓는.
  • Arcturus 2019/04/25 15:10 #

    아... 그렇게도 볼 수 있겠군요:)
  • 포스21 2019/04/25 17:03 #

    그러고 보니 진짜 21세기의 (미국) 신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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