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려 6년을 기다린 작품이네요. 정작 일이 있어서 이제서야 봤지만...
애니메이션 사상 최대의 흥행작이었던 겨울왕국의 후속편이니만큼 기대가 엄청나게 컸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겨울왕국을 수십 번 봤고요. 그리고 보면서 느낀 건... '이건 겨울왕국을 질질 끌지 않고 깔끔하게 끝내기 위한 작품이다' 였습니다.
...물론 디즈니 경영진 머릿속을 제가 들여다볼 방법은 없지만요.
원래 겨울왕국은 일종의 급조 내지는 그냥 넘어가는 프로젝트였습니다. 물론 제작비만 보면 적지 않지만, 라푼젤이 본전치기만 겨우 한 탓에 겨울왕국은 예산절감에 신경쓴 티가 많이 나죠. 그런데 이게 사상 최대의 흥행을 거두는 바람에 후속작까지 나오게 된 거고요.
그래서 그런지 겨울왕국 2는 전작에서 없었던 설정들을 대량으로 갖다붙이면서, 이걸 최대한 매끄럽게 처리하려고 엄청나게 공을 들였습니다. 엘사의 힘의 기원, 어머니의 출생지 등등이죠. 그리고 온 힘을 다해 이야기를 끝냅니다. 엘사는 노덜드라로 가고, 안나는 왕위에 오르고, 크리스토프는 청혼하고, 올라프는 죽었다 살아납니다. Happily Ever After, 끝!
시리즈를 질질 끌고가면 어떤 사단이 나는지는 디즈니 자신이 스타워즈로 아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터미네이터라든가 건담이라든가 예시는 차고 넘치죠. 디즈니도 겨울왕국 단편을 꽤 많이 우려먹기도 했고요. 그래서 그런지 본작을 일부러 이렇게 만든 듯하네요.
그리고 완벽하진 않아도 '마무리'란 면에서는 매우 잘 됐습니다. 그 때문에 이야기의 임팩트가 좀 약하다는 느낌이 나요. 그 어떤 클라이맥스에서도, 심지어는 엘사가 얼어붙는 장면에서도 크게 긴장감이 들진 않습니다. 오히려 크리스토프가 진짜로 청혼하나 싶어서 그게 더 긴장됐네요(...)
또한, 이 작품은 전작의 팬들을 많이 고려한 작품입니다. 이야기의 구성, 주제, 빌런 등이 전부 성인 대상이예요. 전체적으로 '성장'이나 '내적 갈등'을 다뤘죠. 이야기에서도 빌런이 없다시피하고요. 명확한 선악의 대립도 없습니다. 단지 현실에서 마주친 문제점을 각자 해결해나갈 뿐이죠.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마음에 드는 이야기였지만, 좀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네요.
그래픽은... 시간이 지난 만큼 많이 발전했지만 희한하게도 디즈니 특유의 엄청난 눈뽕은 없었어요. 엘사가 온갖 마법쇼를 보여주길 바랐는데 의외로 그런 장면은 적었네요. 오히려 자연물의 묘사 -바다, 계곡의 급류, 순록떼- 를 보면 이게 뭔 BBC 다큐인가 싶을 정도의 엄청난 그래픽을 보여줍니다. 다만 이게 눈뽕 맞을 구성은 아니예요. 그나마 엘사가 물의 정령을 타고 아토할란으로 갈 때 정도만 조금 화려하다 싶은 정도? 일부러 자제했나 싶을 정도네요. 겨울왕국 단편에서도 눈뽕은 안 빠졌다는 걸 감안하면...
OST도 성인 취향에 가깝습니다. 초반 이두나가 부르는 All Is Found는 취향직격이네요. <바다의 노래>가 딱 떠올랐어요. 그리고 크리스토프의 솔로곡인 Lost in the Woods가 굉장히 마음에 듭니다. 듣는 순간 '아 이거 어른들 들으라고 만들었구나' 싶은 느낌이네요.
상영시간(103분)이 그리 길진 않지만 그걸 감안해도 희한하게 짧게 느껴졌는데, 본작도 전작처럼 여러 번 보게 될 듯하네요. 초호화 눈뽕씬도 없고 이야기가 극적이지도 않지만 묘하게 개운한 여운이 남아요.
그래도... 시리즈가 지속되면서 망가지는 건 바라지 않지만, 계속 시리즈를 보고싶다는 소망도 있네요. 뭐 사실 팬들의 이런 소망이 단편이나 외전으로 이어지고, 그러다 보면 후속작이 나오게 되죠. 그러면 망가지게 되고요(...) 저만 해도 '그래도 3편 보고싶어' 란 생각이 계속 드네요;;;
P.S. 캐릭터 디자인을 조금 수정한 듯합니다(특히 엘사). 약간 더 동글동글한 느낌? 더 어려보여요.
P.S.2 디즈니는 엘사 드레스로 정말 거금을 벌어들이겠군요... 공들인 티가 팍팍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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