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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가 살려면, 역설적으로 가장 미래지향적인 정당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동안 문재인 정부를 주로 외부에서 관찰했고, 그 지지층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간과했다. 정작 총선 전후에야 비로소 그 지지층들이 무슨 말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보게 됐는데, 진작에 이랬어야 했다.
통합당은 박근혜 이미지를 벗지 못했다. 이들은 과거의 유산이고 그래서 철저하게 패배했다.
그런데, 그렇다면 민주당은 어떨까? 진보는 이름대로 진보일까?
민주당 지지자들의 말과 생각을 보면서 느낀 건, 의외로 이들의 인식과 생각도 제법 오래됐다는 점이다. 성장과 분배의 이분법, '이젠 분배할 때다'라는 인식, 페미니즘과 PC는 대세이니 인정해야 한다는 생각 등등. 민주당도 알고 보면 보수다, 우파다라는 얘기, 민주당이 서민정당이라는 얘기까지 꺼내는데 지금이 2020년인지 2008년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북한에 대한 인식에서는 이게 절정에 이른다. 태영호에 대한 지독한 혐오는 정말 상상조차 못했다. 이미 파탄난 대북교류/협력을 다시 들고오는 점이나, 북핵을 아예 외면하는 점도 마찬가지다. 정말 놀랍게도, 이들은 이러면서도 한미동맹은 굳건하다고 믿고 있다. 어디서 많이 보던 인식 아닌가?
정작 유럽에선 한참 전부터 대안우파 정당이 강세를 보이고, 미국은 PC의 패악질에 시달리다가 트럼프를 택했다. 현실의 경제문제를 해결하려면 구식 사민주의가 아니라 작은 정부와 노동유연화, 사회적 안전망 강화가 필요하다. 대기업이 하청업체를 쥐어짜는 건 이재용이 악마라서가 아니라 한국의 노동시장이 이원화돼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민주당은 이에 대한 대책이 없다.
보수가 살고 싶다면, 내적 쇄신과 청산에 이어, 민주당을 뛰어넘는 미래지향적 의제를 제시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세대와 기존 중도층, 보수층을 끌어와야만 한다. 민주당의 방식은 해결책이 못 되며, 신생정당의 방식이야말로 현재의 한국에 적합한 새로운 방식이라는 걸 보여줘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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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 민주당 지지층을 보면 좀 묘한 특성이 보인다. '이기는 데엔 굉장히 큰 관심이 있는데, 그 후 잘하는 데엔 별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그 결과는 민주당이 가진, '집권하는 능력'이다. 이건 극강이다. 그렇다면 통치하는 능력은 어떨까? 적어도 지금까지 현 정부는 3년간 굉장히 나쁜 성과를 거뒀다. 여기다 절대다수 여당이 힘을 실어줄텐데 과연 이들이 고삐를 늦출까?
이 점을 지적하거나, 앞으로 문재인 정부가 뭘 할지 물어보면, 민주당 지지자들은 굉장히 신기한 반응을 보여준다.
"너희들이 그러니까 못 이기는거야."
"아직도 사회주의, 대깨문 타령을 해? 그러니까 지지."
"IMF 이후 경제는 계속 안 좋았는데? 누가 해도 마찬가지야."
놀랍게도 이들은 현 정부의 실정을 외면하거나, 이를 실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정말 철저하게 방어한다. 사회주의, 좌파, 대깨문 같은 단어를 입에 올리는 건 곧 패배의 지름길이라고 조롱하고, 경제는 누가 와도 못 살리며 한국은 끝났다는 쇼킹한 반응을 보인다. 북한 얘기를 하면 마찬가지로 아직도 북한 타령이냐는 조롱이 돌아온다. 심지어 강하게 반일을 해야 보수가 산다는 발언까지 나온다.
즉, 이들은 현 정부의 실정에 관심이 없으며, 부정적인 딱지가 붙는 건 철저하게 막는다. 또한, 조금만 비판을 해도 "너네 그러니까 지는거야. 네거티브는 안통해"같은 반응이 돌아온다. 그런데 애초에 양념질과 수동 킹크랩이 누구 거였더라?
자신들이 지지하는, 민주당에 대한 인식도 뭔가 특이하다. 민주당 내부엔 계파가 없으며 민주당은 철저하게 당원이 굴리는 정당이다, 현 정부는 내가 원하는 대로 정책을 이끌고 가서 좋다는 말을 보면 오싹하다는 느낌까지 든다. 세상에 계파가 없는 정당이라는 게 존재할 수나 있는가? 차기는 이낙연이다 같은 소리를 보고 있으면 이 사람들은 정말로 자신들이 민주당을 좌지우지한다고 믿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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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두 가지 특성을 조합하면, 결국 민주당을 뛰어넘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서 '우리가 집권하면 더 나은 미래가 펼쳐진다'는 것을 유권자들에게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당장 유권자들에게 안 먹히더라도,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소득분배를 개선하려면 민주당의 방식은 오히려 독이 되며, 신생정당의 방식(나는 이게 작은 정부, 규제완화, 노동유연화와 여기 패키지로 묶인 사회적 안전망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이 더 나은 미래를 담보한다고 보여줘야만 한다.
다행히 민주당의 성향은 생각보다 구식이고, 지지층은 승리엔 관심있지만 이긴 후의 통치에는 관심이 적다. 이 두 가지를 공략할 수 있는 대안정당이 등장하거나, 보수정당이 이렇게 변한다면, 추후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
P.S. 민주당 지지자들이 민주당은 백만 당원이 똘똘 뭉쳐 움직이는 정당이라는 발언을 자랑스럽게 하던데, 이 발언과 함께 민주당엔 분열, 계파, 내부총질 따윈 없다고 하는 데에선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러나, 여기서 오히려 '핵심 지지층이 이렇다면 민주당은 생각보다 오래 못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안세력이 전멸하는 바람에 그게 안 되는건데, 만약 대안세력이 등장한다면 얘기가 많이 달라질 것이다.
한국은 산업화도, 민주화도 압축적으로 진행했다. 좌파정당의 집권과 그 이후의 우회전도, 한국이라면 급발진 수준으로 할지도 모른다.
덧글
무당파나 중도층은 몰라도
이른바 스스로를 촛불시민이라 부르며 더불어민주당 지지하는 부류는 무슨 짓을 해도 현 미통당에 표 안줍니다
이쪽은 표 얻는 거 그냥 포기하는게 나아요
이거 참 무슬림 원리주의자,히로히토에게 신사참배를 하던 대본영이나 당시 일본인들 뺨을 후려칠 정도로 광신적인 신앙이군요. IS(그외 이슬람 원리주의.)와신천지도 두손 두발 들고 손사래칩니다. 두개의 조직은 하다못해 이탈하여 배교하는 사람들도 나오는데. 제가 수구꼴통으로 전향하기를 잘 했다고 새삼스럽게 확인합니다.